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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뺨치는 '미투 화장품' 열풍 왜?

sook'c 2012. 4. 10. 08:14

효능 뒤지지 않고 가격은 절반이하…불황에 '합리적 소비'세태

 

"비싼 수입 화장품에 비해 가격도 만족스럽고 효능도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근 경쟁사 주력제품과 비슷한 디자인과 효능을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은 절반도 되지 않는 이른바 '미투(me-too·모방전략) 화장품'이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투 제품들이 최근 화장품업계로 번지면서 열풍이 불고 있다. 미투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운 저가 화장품업체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매출이 30% 넘게 증가한 업체가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가의 미투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업체 대부분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비싼 해외 유명 화장품 못지않은 효능을 지녔다며 버젓이 비교 광고까지 할 정도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미투 화장품이나 저가 화장품 등을 검색하면 관련 홈페이지와 카페 수십개가 쏟아진다. 사이트와 카페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화장품의 주요 성분비와 가격, 효능 등을 비교·분석해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또 회원들끼리 사용 후기 등을 올리거나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경제 불황으로 인해 브랜드보다 실속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면서 고가 해외 명품 화장품 중심의 시장 판도마저 흔들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저가의 미투 화장품이 명품 화장품 브랜드와 동일한 효능을 구현해 냈다고 하지만 유사품이나 모방품에 불과해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저가의 미투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 매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화장품을 구입하려는 젊은 여성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였다.
"이거 ○○○ 화장품에서 나온 투명 에센스 따라 한 거 아니에요?"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10여명이 점원에게 연신 질문을 쏟아내며 저가의 미투 화장품을 고르느라 분주했다.
직장인 김정미(28·여)씨는 "평소 화장품은 주변사람들의 평가와 입소문을 확인하고 구입을 하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저가의 미투 화장품을 추천해준다"며 "처음에는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고가의 화장품과 별 차이를 모르겠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피부노화방지와 피부결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125㎖ 스킨의 경우 해외 화장품 매장에서는 7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투 제품은 1만2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경기불황으로 인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20~30대의 젊음 여성 소비자들이 늘었고,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이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도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해외 화장품 관계자는 "저가의 미투 화장품이 비슷한 성분과 효능을 지녔다고 하지만 기존의 브랜드가 구축해 놓은 인지도에 편승한 상품 베끼기에 불과하다"며 "저가의 미투 제품은 단순하게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만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브랜드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모방 수준을 넘어 제품명이나 디자인까지 기존 브랜드가 떠올릴 정도로 유사하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있어 자칫 문제의 소지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브랜드 화장품과 효능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지만 가격이 너무 싸다는 이유 때문에 품질에 대한 의심을 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대학생 최모(23·여)씨는 "예전에 친구 추천으로 미투 화장품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해 한번 사용하고 버렸다"며 "아무리 비슷하게 흉내를 내고 가격을 낮춰도 모방품은 모방품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미투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저가의 미투 화장품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제품을 내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인기 있는 미투 화장품의 경우에는 예약을 받을 정도라고 한다.
미투 화장품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인해 화려함 대신에 실속위주의 소비패턴의 변화가 시장의 질서를 변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전선양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불황과 가파른 물가상승은 소비자들을 좀 더 합리적인 소비활동을 하도록 변모시켰다"며 "고가의 제품을 맹신하던 소비자들마저 화려함 대신 실속위주의 소비패턴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스로 관련 정보를 찾거나 여러 제품을 비교·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등장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한다"며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패턴의 변화와 화장품 기업들의 발 빠른 전략대응이 미투 화장품의 열풍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자신의 피부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철(30) 피부과 전문의는 "단순하게 가격으로 품질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화장품을 고르는데 가격이나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피부타입을 먼저 알고 거기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