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Value -광수생각-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더 빛을 발하는 것.

교통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사거리의

교통경찰 아저씨처럼,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라면 속의 떡처럼,

무인도에서의 불티나 라이터처럼.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그 자리에 있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 같지만,

사실 그것만큼 멋진 일도 없다. 

조폭이 들고 있으면 흉기가 분명한 야구방망이를 홈런타자가 들고 있으면 그렇게 믿음직스러워 보일 수 없고,

자취방에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을때 몇 개의 

떡은 라면을 호사스럽게 만드는 무한가치를 지닌다.

유럽의 어느 가정에 10년 넘게 우산꽂이로 

사용하던 중국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집에 우연히 놀러왔던 학자의 눈에

띄어 감정을 해보니,

이게 웬일인가, 백만 달러가 넘는 고대 중국의국보급 문화재였다!

집주인은 오래 전에 지인에게 선물을 받은 

항아리가 처치 곤란이어서 그냥 창고에 

처박아뒀다가, 후일 다시 꺼내 우산꽃이로 

써왔다고 한다.

항아리의 가치를 한눈에 알아본 학자가 

아니었다면,

100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예술품은커녕 

그저 보잘것없는 우산꽂이에 불과했을

100만 달러짜리 문화재! 

사실 이런 일은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임에도 단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뿐이다.

지금 당장 집으로 달려가 장독대를 뒤지고

할머니가 쓰던 비녀를 살펴보자는 게 아니다.

매일같이'나는 틀렸어, 나는 안돼.....'라는

말을 주술처럼 연발하는 사람은

평생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들이 알아주든 말든 스스로의 가치를

찾으려 애쓰고, 그 가치를 꽃을 키우듯

소중히 가꿔나가는 게 중요하다.

내 친구 중에 정말 못생긴 녀석이 있다.

작달막한 키에 뭉툭한 주먹코, 흑인에 가까울

정도로 검은 피부에다 쁠테 안경까지,

학교 다닐 때는 이렇게 못난 얼굴에 여드름은

왜 그렇게 많이 났던지

그래서 얻은 별명이 '멍게'였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늘 주눅이 들어 살곤 했다.

'난 못생겼다!'는 열들감 탓에 그 흔한 연애는

고사하고 친구들과의 인간관계에도 

늘 뒤처지곤 했다.

그 친구를 비롯해서 몇몇이 함께 4박 5일

일정으로 태국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입국장에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태국 사람들이 못생긴 그에게 유독 친절했는데, 어떤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최고!'라는 찬사까지 보내는 것이었다.

당시 일행 중에는 영화배우가 직업인 

미남도 있었지만, 태국에서만큼은 그가 단연

최고 인기였다.

다들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그가 현재 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배우와

쌍둥이처럼 닮았다는 것이었다. 

유명배우인 까닭에 돈도 엄청 많이 벌고,

여성 팬들한테 영웅 대접을 받는 그와 

닮은 꼴로 생긴 내 친구 덕에 우리는

여행 내내 현지인들에게 황제와도 같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들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되었는지,

녀석은 당당하게 펴진 어깨와 활기찬 

목소리로 4박5일 내내 방방 뜨는 바람에 

우리까지 기분이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변해 있었다.

자신의 숨은 매력을 발견해서인지

발고 활기찬 모습이 계속 이어졌고,

얼마 안 있어 남들이 다 부러워할 만큼

예쁜 여자 친구도 생겼다.

그는 지금 깨닫고 있다. 

자기 안에 보석이 많고도 많다는 사실을,

세상을 긍정하는 맑은 머리, 

에메랄드 같이 푸른 가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진짜 가치를 알아볼 줄 아는 밝은 눈,

그 모든게 남들은 갖지 못한 자신만의

최고 재산임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

자기 안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고 못하고는,

정말이지 자기 스스로의 문제다.

자신을  우산꽂이로 여기면 죽을 때까지

우산꽃이 신세를 면치 못하겠지만

자신이 사실은 100만 달러짜리 국보급

문화재 같은 존재라고 깨닫는 순간,

꼭 그렇게 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

그것만으로도

 난 무한가치를 지닌 국보급 문화재다!